코로나19가 알려준 절대적 인도주의

코로나19가 알려준 절대적 인도주의

김영미 PD X 인권 X 다큐멘터리 

2021년 에서는 사회 곳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는 분쟁지역의 삶과 인권, 평화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80여 개국을 누빈 김영미 PD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제3세계와 분쟁지역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통해 인도주의의 의미를 되새겨보시길 바랍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가혹한 코로나19

20년 넘게 전 세계를 취재하러 다니던 삶이 지난해 코로나19로 멈춰버렸다. 나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시신은 장례도 꽃도 없이 묻혀야 했고, 감염의 두려움에 국가들은 국경을 걸어 잠갔다. 선진국도 코로나19 환자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제3세계나 분쟁지역의 상황은 더욱 비참할 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나라의 행정부가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대책은 봉쇄령이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게 봉쇄령은 금고형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코로나19보다 굶주림에 먼저 스러져갔다. 먹지 못해 영양 상태가 나빠지고, 바이러스에 취약해지는 무한 반복의 비극은 아프리카와 남미의 빈민촌을 제일 먼저 덮쳤다. 

조금 덜 가난한 부류라도 마스크 한 장을 사기가 쉽지 않았다. 외국에 있는 지인은 나에게 일회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보내줄 수 없냐고 하소연했다. 파키스탄에 있는 지인은 사람들이 1달러도 안 되는 일회용 수술 마스크 한 장으로 온 가족이 돌려쓰며 외출한다는 사연을 들려주었다. 봉쇄령은 아이들의 학교도 멈추게 했다. 선진국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하면 되지만, 인터넷 통신망도, 컴퓨터도 없는 빈곤한 나라의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 멈춰버린 학교는 아이들의 학습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학교 보급과 교육의 확대로 제3세계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었던 것도 잠시, 바이러스로 학교가 무기한 문을 닫자 아이들의 문맹률은 다시 올라가고 있다. 

지금은 절대적 인도주의를 실천할 때

코로나19는 ‘백신 상용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돈 있는 나라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백신을 차지하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 백신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임에도 백신은 돈 있는 자부터 구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던가. 경제적으로 풍족할 때 우리는 기부도 하고 안타까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공감도 곧잘 한다. 하지만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가? 이렇게 상황에 따라 인도주의의 기준과 가치가 변한다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인도주의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인도주의는 오로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며, 교육과 성찰을 통해 깨달은 고귀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 고귀한 가치가 바이러스 때문에 스러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직 인도주의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세계 1·2차대전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고서야 뼈아프게 반성하고, 유엔 국제기구와 적십자를 만들었듯이 오늘날,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국가가 되어주고 취약한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기관과 역할이 필요하다.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 삼아 국가가 없어 죽어간 사람들, 국가가 그 역할을 못 해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절대적 인도주의의 실천을 알려주었다. 코로나 19가 제아무리 엄청난 위기를 가져온들 인간이 하찮은 존재가 될 수는 없다는 것. 세계 그 어디에 있던 다 같은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글쓴이_김영미 PD 

아프리카 내전과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사고 등 세계분쟁에 주목한 김영미 PD는 50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송하며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 <평화학교> 등 여러 책을 집필했으며, 이달의 기자상과 인권상, 일본 NTV 10대 디렉터상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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