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이웃 사랑으로 꽃피운 러브 하우스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삶은 늘 누군가의 다정한 부축과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 따스함은 위태로운 집에서 삶을 일구던 우리 세 식구에게까지 닿았죠.
이웃 사랑으로 꽃피운 러브하우스 덕분에 올겨울이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시간이 흘러, 늙어버린 우리 집
일요일 아침,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활기가 돌고 우리 집에도 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저와 아들, 손녀 세 식구만 드나들던 공간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풍경은 생전 처음 봐요. 초등학교 1학년 손녀도 덩달아 신이 났네요. 마을에 또래 친구가 없어서 주말에는 늘 혼자였거든요. 게다가 오늘은 집을 수리하는 날이라며 며칠 전부터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저 역시 오늘을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그간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입니다.
집수리를 앞두고 처음 이 집에 온 날을 가만 헤아려봅니다. 30여 년 전 결혼한 저와 남편은 연고도 없는 이곳에 터를 잡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든든한 보금자리였던 이 집에서 아이도 낳고 추억도 만들었죠. 하지만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사람이 늙듯, 집도 늙는가 봅니다.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이제는 성한 곳이 없어요. 시멘트가 부서지고 틈이 생기면서 처마 곳곳에는 구멍이 났는데요. 이 구멍으로 쥐와 벌레가 집안으로 드나듭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지붕과 창틀, 그리고 집안 천장까지도 물방울이 맺혀요. 습기 때문에 언젠가부터 벽지에도 곰팡이가 피어 손녀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끼니라도 잘 챙겨주고 싶은데 부엌살림도 만만치가 않네요. 오래돼서 녹슨 싱크대, 테이프로 칭칭 감아놓은 수도꼭지…. 그래
도 물이 새서 설거지를 한 번 하려면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닙니다.

뜻밖에 찾아온 온정
물론 집을 고치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간단 소리에 엄두조차 내지 못했어요.
아들이 밤낮으로 공장에서 일하지만, 아들의 월급은 생활비로 쓰기에도 빠듯하고, 저라도 나가서 돈을 벌자니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손녀를 봐줄 사람이 없어요. 시골 생활을 견디지 못한 며느리가 집을 나간 이후로 집안 살림과 손녀를 키우는 일은 제 몫이 되었거든요.

그래도 몸만 성하다면 동네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전 보시다시피 오른팔을 쓸 수 없는 상태에, B형간염 보균자로 만성 간염을 앓고 있습니다. 반년에 한 번씩 천안 병원으로 검사를 받으러 다니고 있죠. 몸도 성하지 않으니 가계에 도움을 줄 수도 없고, 젊은 나이에 아픈 엄마 부양하랴, 아내 없이 딸 키우랴 고생인 아들한테 한없이 미안할 뿐이에요.
이렇게 막막한 현실에 지쳐갈 때쯤, 손녀가 다니는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적십자봉사회에 우리 집 이야기를 했다면서요. 그리고 며칠 뒤 적십자봉사원들이 찾아와 제 두 손을 꼭 잡으며 이야기했어요.
“어머님, 저희가 집을 고쳐드릴게요.”
처음에는 집을 고쳐주겠다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고칠 돈이 없었으니까요. 무료로 고쳐준다는 말에 그제야 맘이 놓이면서도 믿기지 않더라고요. 나는 누군가를 도운 적이 없는데, 적십자에서 우리 집을 아무런 대가 없이 고쳐주신다니요. 그런데 적십자봉사원들의 이야기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집에 찾아와 이것저것 꼼꼼히 챙기더니, 오늘 공사를 하자며 다시 찾아와주신 겁니다.

든든한 보금자리에서 시작하는 내일

많은 분이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짐을 모두 밖으로 옮기고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세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한가 봐요. 전기공사와 수도공사까지 모두 마치려면 3일은 족히 걸린다고 합니다. 저희야 괜찮지만,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너무 많은 분께서 고생하시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문 여닫기가 힘드셨겠어요. 손봐드릴게요.”
“이제 이 구멍을 막을 거예요. 위험하니까 손녀와 마당에 나가 계시는 게 좋겠어요.”
“어머님, 프라이팬은 하나 사다 드릴게요. 많이 낡았어요.”
“싱크대는 내일 설치할 거예요. 하루만 참으세요.”
“식기들은 설거지 싹 해서 새것처럼 반짝반짝 만들어드릴게요.”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세심하게 살림을 살피며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됩니다. 그동안 외딴곳에서 살다 보니 누가 찾아오는 일도, 아들과 손녀가 아닌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눌 일도 없었거든요. 오늘따라 우리 집에서 들려오는 도란도란 대화 소리가 참 정겹게 다가오네요. 손녀도 적십자봉사원분들이 좋은가 봐요. 평소 낯을 많이 가리고 말수가 없는 편인데, 오늘은 유독 사람들에게 장난감을 자랑하고 힘내라며 과자를 먹여줍니다.
어느덧 화장실 천장과 바닥 타일 공사가 끝났네요. 반짝반짝 새하얀 타일이 너무나도 예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주방에서는 수도공사가 한창이고, 곰팡이가 피어올랐던 벽지는 말끔한 새것으로 바뀌었어요. 내일은 싱크대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저는 손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줄 생각에 벌써 가슴이 두근거려요.
추운 날, 고생하는 적십자봉사원 여러분 덕분에 이번 겨울은 내내 따뜻할 것만 같습니다. 여러분의 땀과 온기로 새로워진 이 집에서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볼게요. 솔직히, 저에게는 우리 세 식구 건강하고 별 탈 없이 지내는 것 말고는 특별한 꿈이 없었는데요. 오늘 작은 꿈이 하나 생겼어요. 손녀가 오늘, 적십자봉사원과 후원자분들께 받은 도움과 사랑을 훗날,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들에게 돌려주는 어른이 되는 겁니다. 주변을 돌아보며 가진 것을 나누고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가 더 열심히, 잘 키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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