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이제는 기쁨의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사할린동포란 일제에 의해 사할린에 강제징용 당하고, 일본이 패망한 후에도 조국에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들을 말한다.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사할린동포복지회관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사할린동포의 안식처로, 영주귀국한 1세대들이 머물고 있다. 이곳에 사는 강정순 할머니는 11살에 고향을 떠나 49년 만에 조국에 돌아왔다. 지난날의 고난을 담담하게 들려주시는 강정순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이웃인 사할린동포를 만나보자.

 

 

매서운 사할린을 버티게 해준 조국에 대한 그리움

 

 

“11살이었던 1942년에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남동생 둘과 함께 사할린에 왔어. 아침에 일어나면 덮고 잔 이불 위에 서리가 앉아있을 정도로 추웠지만 작은 난로와 이불 한 장으로 여섯 가족이 모진 바람을 견뎌내야 했지. 그때는 전쟁에 진 러시아 자국민도 물자가 없어 가난했는데 우리 동포야 말해 뭐하겠나. 그래서 안 해본 일이 없어. 어머니는 영화관 청소를 하거나 산에서 열매를 캐다 팔았고 나는 방직공장에 들어가 17년간 일을 하며 간신히 버텼지. 어떻게든 살아야 했으니까. 그래야 다 같이 고향에 돌아가지….”

일본은 전쟁을 위한 목적으로 조선사람들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했 고, 1945년 패망 후 자국민만 일본으로 귀환시켰다. 사할린에 남은 4만 3,000여 명의 사할린동포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돌아갈 날만을 손 꼽아 기다렸다.

인천 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 살고 있는 1932년생 강정순 할머니는 사할린동포 1세대다. 스무살이 되던 해에 남편과 결혼해 슬하에 네 자녀를 두고 사할린에 살았지만, 언제든 내 나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렸다는 강정순 할머니. 그 소원은 1991년, 49세가 되어서야 이루어졌 다. 1988년 한·일 양국 적십자사 간의 합의로 ‘재사할린한인지원공 동사업체’를 결성하여 사할린동포 대상 지원사업이 성사된 것이다. 1992년부터는 사할린동포 1세대 한정 영주귀국 사업이 시작되어 동포들이 순차적으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내가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게 1991년 5월 봄이었어. 한국이 얼마나 좋았던지…. 꽃도 만발했고, 햇볕도 따뜻하고 건물도 다 좋아 보였지. 사 할린의 매서운 추위는 생각도 안 났어.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사할린에 돌아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막내아들이 하늘나라에 갔어. 1988년에 남편을 여의고 아들 내외와 살며 농사를 지었는데 아들 없이는 농사를 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마음이 너무 아픈거야. 그러다 동포 회장이 해준 영주귀국 이야기를 듣고 결심했어. ‘그토록 조국을 그리워하며 살았는데, 이번 기회에 내 나라로 가자’라고 말이야. 그렇게 2005년에 한국으로 귀국해 안산 전문요양원에서 잠깐 지내다 이듬 해에 이곳 인천 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 오게 됐어.”

 

 

 

 

보듬은 상처들이 감사가 되는 순간

 

 

1999년 3월에 개관해 올해 20주년을 맞은 인천 사할린동포복지회관은 사할린동포 1세대의 안식처이다. 앞마당에 감나무가 심어진 이은, 산책을 위해 준비된 고즈넉한 정원과 건물 벽을 따라 자라는 담쟁이 넝쿨이 산에서 불어오는 맑은 공기를 따라 나부낀다. 노후를 만끽 하기 좋은 환경이지만 사할린에 있는 가족과 이별하고 온 88명의 어르신은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한다. 그 아픔을 달래 드리기 위해 원예, 미술, 노래 교실 등의 사회복지 서비스와 물리치료, 통원치료 등의 의료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대한적십자사는 가족 역방문을 통해 사할린에 사는 가족을 한국에 초청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족이 그리운 날이면 이곳의 반장인 강정순 할머니는 따뜻한 격려로 동포 어르신들의 마음을 만져 준다. 또한, 분쟁이 생기면 중재자를 자처해 복지회관 내 질서와 평화 유지를 위해 솔선수범한다.

 

 

 

 

“함께 지내는 사람들 마음이 다 곱고 순해. 혹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고국에 돌아왔으니까 우리 싸우지 말고 서로 사랑하자’라고 말하지. ‘사할린에서 고생했을 때 소원이 실컷 자고, 고된 일 좀 안 하는 거였는데 이곳에 와서 모두 이루어졌잖아’라고 이야기하면 그네들도 고개를 끄덕여.” 이곳에서의 생활이 매 순간 감사하다는 강정순 할머니는 별세한 남편 앞으로 나온 강제징용 보상금의 일부를 지난 2015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해 실천하는 나눔의 본을 보였다. 작은 기부금이라며 부끄러워하 시지만, 이웃을 향한 사랑만은 결코 작지 않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한국을 돌볼 수 있을까 생각했어. 이렇게 좋은 곳에 살게 해주신 것에 감사해서 빚진 마음이 있었거든. 받은 것에 비하 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기부하고 나니 내 마음이 얼마나 반갑고 좋던 지…. 처음 인천 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 왔을 때 마치 천국 같았고, 지금도 매일매일이 좋아. 받은 복이 너무 많아서 이걸 언제 다 갚을까 싶어.”

아픔과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야말로 타인의 슬픔을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법이다. 지난 날의 아픔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강정순 할머니처럼 자신을 넘어 주변을 돌보고 그 속에 숨 쉬고 있는 오늘의 감사를 찾 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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