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축번호 1번은 적십자봉사원”
기나긴 장마가 끝나니 숨 막히는 폭염이 시작됐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이하 적십자사)는 도내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 구호활동으로 지난 달 25일부터 3주에 걸쳐 230가구에 여름 이불 세트(1,200만원 상당)를 전달할 예정이다.
청주시 가경동에 사는 주영애 할머니(49년생)도 이번에 이불 선물을 받게 됐다.
주영애 할머니는 11년 전 평생을 살았던 고향, 이북을 떠나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오셨다.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부터 난다는 할머니는 놓쳐버린 막내 아들이 가장 마음에 걸리신다고 했다. 감옥에서 죽어간 막내 아들의 소식을 들은 후 큰 아들과 딸이 탈북하기까지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으셨다고 한다.
가족과의 재회도 잠시, 미처 한국 생활에 적응을 하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은 제 살 길 찾아 연락도 뜸하지만 이제 할머니에겐 적십자봉사원이 친구로 남았다.
“내 단축번호 1번이 우리 회장님들(주영애 할머니가 적십자봉사원을 부르는 호칭)이에요. 매일같이 전화해주고, 지난 번 비 많이 올 때도 무슨 일 없냐고 찾아와주고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협심증으로 심장 수술만 2번, 얼마 전에는 백내장 수술을 마친 주영애 할머니는 “몸이 아플 때 제일 외롭지... 그래도 회장님들이 자꾸 챙겨주니까 좋아요.”라며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했다.
주영애 할머니는 마땅한 여름 이불이 없어 매트 위에서 덮개 없이 잠을 잔다고 말하자마자 이렇게 또 선물을 준다며 밝게 웃어보이셨다.
함께 방문했던 적십자봉사원 장문희, 임순혜 봉사원은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지 이제 8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적응도 잘 하셨고, 교회에 친구들도 많이 만드셔서 이제야 마음이 조금 놓인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다만, 이가 다 썩어 제대로 씹지 못 하시는게 제일 걱정이다. 요즘 같이 가만히 있어도 지치는 날씨에 잘 먹고 잘 쉬셔야 할텐데 의료비 지원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마지막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눈시울을 붉히며 “올 때 즈음 되면 자꾸 기다려지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며 “또 놀러 오라”고 몇 번이나 당부를 하며 복도 끝 우리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문 앞을 서성이셨다.
적십자사의 폭염 구호 활동은 각 지역 별로 전달된 여름 이불 세트를 적십자봉사원이 받아 가가호호 방문하여 수혜자에게 직접 선물하고, 폭염에 대비한 주의사항도 알려드리며 안부를 살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