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짓다 - 난민가족 유스라씨

 

하루아침에 난민이 된 유스라 가족 이야기

 

타 종교인을 도왔다는 이유로 고국인 이라크를 떠나야 했던, 유스라 씨의 남편. 그를 만나기 위해 유스라 씨와 아이들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끝내 남편과 마주하지 못하고 경유지인 대한민국에 남겨졌습니다. 이제 유스라 씨 가족은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그날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유스라 씨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한순간에 깨져버린 삶의 평화

 

우리 부부는 평화로운 일상을 지내며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라크에서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남편과 초등학교 선생님인 저는 안정적인 삶을 꾸려 나갔죠. 세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를 마냥 기쁘게 보내는 단란한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했던가요. 행복이 불행으로 바뀌는 것은 찰나였습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이라크에서 공무원인 남편이 타 종교인을 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웃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돌변한 것입니다. 우리 집을 부수고 심지어 남편을 향해 총구를 겨누기도 했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우리 가족을 남겨두고 호주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그곳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했습니다.


남편이 떠난 지 2년 후가 됐을 무렵 저와 아이들도 남편이 있는 호주로 향하기 위해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최대한 빨리 호주로 도착하기 위해 터키와 한국을 경유하는 비행기 티켓을 샀죠. 그런데 경유지인 인천공항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호주 출입국사무소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저와 아이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입니다.

왜 제게 이런 시련이 닥치나,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남편이 머무는 호주로 갈 수 없다고 해서 다시 이라크로 되돌아갈 수는 더욱 없었습니다. 저와 세 아이는 미아처럼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모른 채 공항 한 편에 우두커니 남겨져 눈물을 훔쳤습니다.

​"제 뺨에 흐르던 눈물을 아이들은 조용히 닦아주었습니다.
되레 저를 위로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렇게 울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낯선 땅에서 넘어야 했던 고비

 

다행히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호주 입국이 거부된 후 공항직원 한 분은 우리 가족을 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안내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담당자에게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우리 가족이 당분간 난민센터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제게는 어려운 순간 힘이 되어준 고맙고 소중한 분들입니다.  

난민센터를 나온 뒤에는 호주에 있는 남편이 돈을 보내주었습니다. 그 돈으로 반지하 월세방을 얻어 생계를 꾸릴 수 있었죠. 빛이 새어들지 않고 습한 방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그저 우리 가족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기쁘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뿐이었습니다. 장마가 그칠 줄 모르던 그해 여름의 일 때문입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녘, 누군가가 다급하게 우리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평소 우리를 잘 챙겨주던 옆집 할머니가 빨리 나오라고 얘기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집안으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졌고 우리 가족은 주저앉아야 했습니다. 전날부터 쏟아져 내린 비가 제가 사는 마을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반지하 집으로 하수구마저 역류해 더 이상 집 안에 온전한 것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아이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정신없이 물을 퍼냈지만 집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이후 비가 올 때마다 벽의 틈 사이로 물이 새고 곰팡이가 심하게 피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퀴퀴한 냄새와 나쁜 공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의 기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집 안으로 벌레들이 들끓어 매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죠. 저는 아이들을 이 집에 둘 수 없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이 향할 수 있는 곳은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행복한 일상을 꿈꾸다

 

언제면 끝이 보일까, 답답하고 막막한 순간들이 이어지던 그때 지쳐 쓰러져 있던 우리 가족을 일으켜 세워준 존재는 바로 대한적십자사입니다. 긴급지원을 통해 우리 가족이 지금의 쾌적한 보금자리로 옮길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입니다. 환한 빛, 깨끗한 공기가 새어들고 더 이상 곰팡이를 없애느라 수고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집에서 우리 가족은 다시 꿈을 꿉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안정된 삶이라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데에도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봉사원분들이 우리 가족이 필요한 생필품을 들고 꾸준히 방문해준 덕분입니다. 이분들의 발길이 곧 우리에게는 소중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이분들이 건네는 선물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동력이 되고 있고요. 제 고향 이라크에서는 느껴본 적 없었던 따뜻한 마음에 우리는 오늘도 용기를 얻고, 희망을 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 한국에서 남편이라는 자리를 비워두고 혼자 삼 남매를 돌보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힘들고 슬픈 순간들이 찾아오겠지요. 그러나 그때마다 대한적십자사가 우리에게 선물한 희망을 기억하겠습니다. 제 일처럼 발 벗고 도와주었던 분들의 이름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여 빨리 일자리를 구하고, 자리를 잡으려고 합니다. 제가 받고 있는 이 사랑을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싶으니까요. 


아이들은 이제 이곳 생활에 적응해 가는 중입니다. 학교생활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못 본 지 5년이 넘은 아빠를 생각할 때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아빠의 이름을 되뇌는 아이들입니다. 저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우리를 생각하고 있을 남편을 떠올립니다. 늘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나라인 이곳 한국을 남편도 분명히 좋아할 것입니다. 남편이 하루라도 빨리 이곳으로 향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가족이 예전처럼 단란하고 평화로운 일상, 그 행복 속에서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유스라 씨 가족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습니다.

1577-8179를 통해 후원에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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