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홀로 남겨진 독거노인과 그의 삶을 지키는 반려견 이야기

2019년 <RedCross>에서는 경향신문 사진부 강윤중 기자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경력 20년 차인 강윤중 기자는 지금까지 사회 곳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왔습니다. <RedCross>는 렌즈 너머의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사진과 글을 통해 조금은 낯선 세상, 편견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려 합니다. (편집자 주)

 

 

 

또 다른 가족이 된 할머니의 반려견

 

“앵~두야~ 다~롱아~”

안분남 할머니의 목소리가 리듬을 탑니다. 애정이 가득한 음성에 강 아지 두 마리가 할머니 품으로 달려와 안깁니다. 할머니는 강아지들을 자식처럼 꼭 끌어안고 볼을 비비며 행복하게 웃습니다.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골이 짙고, 깊었습니다. 할머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가정집 차고를 개조한 단칸방에서 삽니다. 처음 집을 찾아왔을 때 담벼락에 난 쪽문이 출입문인지 모르 고 그 앞을 서너 차례나 지나쳤습니다. 2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할머 니는 줄곧 혼자 살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독거노인’, ‘홀몸노인’입니다.

 

자식들이 있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않고 찾아오지 않습니다. “젊을 때 정말 안 해본 일이 없어요.” 할머니는 파출부, 떡 장사, 소금장사, 막노 동 등을 하며 먹고 살았습니다. 요즘은 무릎이 안 좋아서 박스를 줍 는 일도 못 합니다. 그런 할머니의 고단하고 쓸쓸한 삶을 위로한 것은 반려견입니다. 두 마리의 강아지가 들어오기 전 5년 동안 함께 살던 반려견 ‘다롱이’ 가 신부전증을 앓다가 죽었다고 했습니다. “그때 박스 주워 모은 돈을 다 써버렸어요.” 할머니는 돈보다 당시 반려견과 들었던 깊은 정 때문 에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우울증이 왔어요. (다롱이 생각에) 밥도 못 먹고, 늘 울면서 지냈죠.”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던 이웃의 김 할머니 가 시추와 몰티즈 사이에서 태어난 강아지 중 두 마리를 할머니에게 데리고 왔습니다. 그렇게 강아지들은 할머니의 새 식구가 됐습니다. 한 마리는 ‘앵두’, 다른 한 마리는 먼저 보냈던 반려견 ‘다롱이’의 이름 을 물려줬습니다.

 

 

할머니와 앵두, 다롱이의 ‘가족사진’

 

할머니의 단칸방을 찾는 이는 강아지를 분양해준 김 할머니와 일주일 에 두 차례 밑반찬을 전해주는 적십자봉사원이 전부입니다. 그래서일 까요. 할머니는 종일 강아지들과 붙어 지냅니다. 같이 외출할 때면 바 퀴 달린 장바구니에 태워 마치 아이 태운 유모차를 끌 듯 데리고 나섭 니다. 얘기하는 중에도 할머니는 연신 강아지의 이름을 부르고, 눈곱 을 닦아내고, 쓰다듬고, 볼을 대고, 간식을 주고, 말을 걸었습니다. 귀 하고 어린 손주를 보듯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습니다. “할미 손, 할미 손” 하니 앵두가 오른발을 들어 할머니의 손 위에 올려놓습니다.

 

‘앵두와 다롱이는 지금 할머니가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가족’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머릿속이 환해졌습니다. 찍어야 할 사 진의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와 반려견 사진은 사진관에 서 찍은 것처럼 액자에 넣어 걸어둘 수 있는 ‘가족사진’ 느낌으로 찍고 싶어졌습니다. 준비해간 조명을 세우고 뒤에다 검은 천을 걸었습니다. 카메라 앞에 선 할머니는 다롱이와 앵두를 품에 안고 연신 “호호호” 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사진사가 굳이 “웃어주세요” 하고 표정을 주문 하거나 다른 연출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다시 할머니와 마주 앉았습니다. 할머니는 기초노령연금으 로 한 달을 삽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지 요. 본인이 먹을 것을 아껴서 강아지 사료와 간식을 사 먹입니다. 병원이 라도 한 번 데리고 간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갓난아기랑 똑 같아요.” 이래저래 신경 쓸 게 많다는 이야깁니다. 힘들지 않으시냐고 물 었습니다. “내가 즐거운 거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호호.”

 

그들의 외로움에 건네는 위로

 

안분남 할머니를 찾아가게 된 건 ‘세 집 중에 한 집이 홀몸노인 가 구’라는 어느 통계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고령자(65세 이상)로 분 류되는 386만 7,000가구 중 33.5%인 129만 4,000가구가 혼자 사 는 노인이라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 여성(74.9%)이 남성(25.1%) 보다 3배가량 많고, 가구주의 절반은 ‘70대(47.5%)’, ‘80세 이상 (26.5%)’을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65~69세(26.0%)’를 뛰어넘 었습니다. (2017년 통계청 자료)

 

 

독거노인이 매년 증가하는 ‘고령화 시대’입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에 외로움과 쓸쓸함의 총량이 증가한 다는 말이겠지요. 안분남 할머니처럼 홀로 지내는 어르신에게 반려동 물의 위로는 더없이 컸습니다. 아니, 절대적이었습니다. ‘늘어나는 독거 노인과 유기견을 연결해주고 비용을 공동체가 부담하면 어떨까?’ 하 는 제안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이런 사업을 한시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는데 사업을 길게 이어가지는 못했던 모양입니다. “가족처럼 잘 나온 사진을 뽑아서 보내드리겠습니다.”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단칸방을 나섰습니다. “앵두야~ 다롱아~ 아 저씨 가신다. 인사해야지~.”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을 배웅하는 길, 할 머니가 싱글벙글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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